기타/채식 불모지의 맛집

노브랜드 미트프리 버거 후기

노동 토끼자 2020. 4. 28. 10:01

 

오랜만에 먹을 만한

채식 정크푸드가 나온 건가?

 

얼마전에 신세계푸드의 노브랜드에서 버거 브랜드 '노브랜드 버거'를 런칭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맛이 궁금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갈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채식주의자입니다.

3년차 정도 된 것 같습니다.

 

사실 채식주의자라고 하기에는 좀 애매합니다.

저는 가끔 고기를 먹곤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저를 그냥 채식편식자라고 말합니다.

 

'채식주의자'라는 단어가 주는 부담감이 있습니다.

뭔가 올곧은 사람이어야 할 것 같고, 거짓말 하면 안될 것 같고, 사회운동가여야 할 것 같고, 정치적 올바름에 예민해야할 것 같은 그런 느낌을 줍니다. 적어도 저에게는 말이죠. 근데 저는 그냥 일반적인 뻐-킹 인간일 뿐입니다.

하지만, 아주 조금이라도 지구에 해를 끼치지 않고 싶은 마음이 있을 뿐입니다.

 

아무튼 저는 채식편식을 합니다.

 

채식을 시작하고 한 달 정도만 지나면 예상과 달리 고기가 생각나는 일은 좀처럼 없습니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하루가 힘들었다면 일탈의 욕구로 아주 가끔 불량한 음식이 땡길 때가 있을 뿐입니다. 정크 푸드 같은 것 말이죠. 저는 채식하기 전에 육류 가공식품을 엄청나게 좋아했습니다. 채식을 하게된 계기이기도 하죠. 몸이 안 좋아진다고 느꼈으니까요.

 

아무튼, 채식을 하면 가끔 불량한 음식이 땡깁니다.

 

채소로는 육류 가공식품 특유의 그 불량한 쓰레기의 맛(맛있다는 뜻)을 좀처럼 느끼기 힘듭니다.

그래도 요즘에는 채식에 대한 수요가 늘어서 식물성 고기패티 브랜드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비욘드미트가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할 정도로요.

 

식물성 고기 음식들이 불과 1-2년 전 보다 많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전 롯데리아에서도 비건버거 '미라클 버거'를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 

 

 

대기업에서 만드는

비건이니 채식이니 하는 메뉴들은

죄다 맛이 없다.
구색 맞추기랄까?

 

이태원이나 서촌 쪽 등등, 채식 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곳의 음식들은 정말 맛있습니다. 이런 음식을 매일 먹을 수만 있다면 (너무 비싸!) 채식은 너무 쉬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고기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맛있거든요.

 

그런데, 대기업이나 프랜차이즈에서 나오는 채식 시리즈들은 다 맛이 없습니다. 지금까지는 그냥 트렌드를 따라서 구색을 맞추려고 만든 느낌이 너무 강했습니다. 채식 메뉴가 있다는 것으로 감사해라! 라는 느낌이 들죠. 이 메뉴를 개발한 사람은 채식을 하는 사람일까? 의문이 들어요. 채식하는 사람들도 맛있는 걸 좋아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같은 인간인데 말이죠.

 

사실 정말 좋은 의도로 만드셨다는 걸 압니다. 알면서도 비난해서 죄송합니다, 관계자님들.

하지만 조금 더 노력해주세요.

 

 

렇다면, 이번에 출시된

노브랜드의 미트프리 버거는

과연 어떨까?

 

 

 

회사 근처에 신세계 푸드의 테스트키친이 있었습니다. 거기서 어느날부터인가 노브랜드 버거를 판매하더군요. 관심도 안 두고 있었는데, 그곳에서 점심을 먹고 온 직장 동료가 저에게 "거기 채식 버거 있던데."라고 말해줘서 알게됐습니다.

 

실제로도 딱 여기, 테스트키친의 노브랜드 버거에서만! 채식 버거를 팔고 있다고 합니다.

외관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실험적인 메뉴들을 선보이는 플랫폼 같은 장소인데 노브랜드 버거를 테스트하기 전에는 사람들이 식당인지 잘 모르고 지나칩니다. 영업시간도 일반적인 식당들과 다릅니다.

 

4월은 다 지나가고 있지만 아무쪼록 이달의 휴무일은 이렇다고 합니다.

 

 

내부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깔끔합니다. 

 

키오스크를 보면 이렇게 메뉴가 있습니다.

'미트프리'가 식물성 고기패티로 만든 버거입니다.

 

미트프리 버거의 종류는 '미트프리 스윗칠리'와 '미트프리 치즈'가 있습니다.

 

가격은 이렇습니다. 경쟁사들 보다 아주 많이 싼 편은 아닙니다.

'왜 돈을 더 내?' 라는 슬로건이 민망할 정도입니다.

 

가격이 싸지 않은게 불만이 아니라

마치 엄청 싼 것처럼 홍보하는 게 불만입니다.

소비자 기만같아.

 

그렇다고 합니다.

 

세트 메뉴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평범합니다.

감자튀김은 호불호가 갈릴 것 같습니다.

 

롯데리아 감자튀김이 4배 두껍다고 보시면 됩니다.

맥도날드의 불량한 맛 보다는 정직한 감자 맛이 납니다.

개인적으론 이런 감자튀김도 '호'입니다.

가끔은 맥도날드의 불량한 맛이 끌릴 때도 있지만요.

 

햄버거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원래 모든 광고가 그렇지만, 광고 속 햄버거와 실물 햄버거에는 큰 괴리가 있다는 건 충분히 알 정도의 나이가 되었기 때문에 실망하지는 않았습니다.

 

먹다가 고기 패티를 더 자세히 찍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서 찍었습니다. 먹던 걸 찍어서 좀 그렇긴 하지만, 패티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맛은 이렇게 두가지.

 

패티를 재외한 식재료에는 동물성 성분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주의할 점!

노브랜드의 미트프리 버거는

'비건'이 아닙니다.

 

기사에 따르면, 햄버거에 쓰이는 빵(번)과 소스에 동물성 재료가 들어간다고 합니다.

또한, 실제 매장에서 동물성 메뉴를 만드는 데 사용하는 조리 기구들이 있기 때문에 '교차오염'의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럴 경우 100% 식물성 버거로 분류할 수 없습니다.

 

신세계푸드는 이 점을 알고 있고, 잠정적으로는 식물성 버거의 주 타겟을 비건이 아닌 '육류 소비를 지양하는 소비자'로 설정하고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아직 '정식 출시 계획은 없다'고 합니다.

 

 

맛은?

... 휴 ... 

시도는 반길만 하나, 갈 길이 멀어보입니다.

아직 식물성 패티에 자신이 없어서일까요? 이유는 모르겠습니다만, 소스와 패티의 비율이 1:1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소스가 과합니다. 시큼한 겨자소스맛 밖에 안 날 정도입니다. 소스를 이정도로 묻히면 구두도 먹을만 하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아무튼 맛에 자신감이 없어 보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자신감을 소스로 덮어보려는 느낌이요.

 

굳이 또 먹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많이 소비를 해줘야 이런 채식 메뉴가 많이 나올텐데...

하지만 맛이 없는 걸 억지로 먹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끝)